北 비위 맞추기?… 통일부 '북한 포털'서 인권침해 사례 삭제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등 내용 사라져… 인권 관련 내용 1/4로 줄여
통일부의 북한 관련 정보 제공 웹사이트인 '북한정보포털'에서 '공개 처형'과 '정치범 수용소'등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보여주는 내용들이 삭제 및 대폭 축소됐다고 19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가 운영하는 또 다른 사이트 ‘북한인권포털’도 이미 상당 기간 동안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으며 사실상 운영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인권 정보 제대로 전달해야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소희 간사는 북한 인권 실태 관련 내용의 삭제와 축소에 대해 "북한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전달해줘야 하는데 일반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은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인권포털 같은 경우 처음에 만들어졌을 때 UN관련 자료들이 영어로 돼있고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서 번역본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영문 자료만 단순히, 그것도 제대로 올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사이트 내용이 초보적인 단계인 경우도 많고 사용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부족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그런 자료도 이제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인권증진센터의 이한별 대표는 "북한인권단체들이 하나같이 생각하는 것이 현 정부 들어서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들을 많이 없애고 정부 산하 기관들이 북한을 자극하는 발표를 안 하도록 하고 있어 인권 단체들이 발언할 기회가 없는 현실"이라며 이러한 상황과 관련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또한, "예전에는 통일연구원에서 북한인권백서도 발표하고 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발표도 하지 않고 형식적인 행사 만으로 조용히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라며 "상황이 이러하니 인권 단체들이 활동하는데 힘이 나야 되는데 정부 방침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위축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사무국장은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는 남북 관계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고 북측에서 걸림돌이 된다고 이의 제기를 하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북한학과 임재천 교수는 "남북교류협력에 중심을 맞추고 북한의 정서나 감정을 자극하는, 북한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가능한 자제하려는 이번 정부의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봐도 북한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하며 "남북한 관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북한이 싫어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것을 주저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긴 안목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포털 설립 취지에 계속 충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정보포털은 통일교육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북한 이해'와 '통일 문제 이해' 책자를 바탕으로 내용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이 두 책자 내용이 개정되면서 포털에 수록되는 내용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분량이 축소된 것이 맞지만, 북한의 분야별 실상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이해를 도모한다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또한, 인권포털사이트와 관련해선 "사이트가 현재 개편중이며 작업 완료 이후에는 세계적인 최신 정보 업데이트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